━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암각화 전문가’ 김호석 화백 김호석 화백이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문장이 있다. ‘먹빛 조건의 지배를 받는다.’ 17년 전 출간된 『한국의 바위그림』 한 모퉁이에 새겨져 있다. ‘선은 지적인 범주에 속한다’는 표현도 박혀 있다. 손쉽게 쓴 단어의 나열은 아닐 터. 이 점과 점 같은 문장들은 선으로 모여 행진하듯 하나로 향한다. 반구대 암각화다. 6~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등재를 권고했다. 반구천은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아우르는 내(川)다. 문화재 관계자는 “회의는 형식일 뿐,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등재가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그보다 한발 앞서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지난 1일 오후 3시. 장마 속 하필 땡볕. 그것도 37도. 김호석(68) 화백은 미소를 짓고 맞이해줬다. 의문 하나. 왜 가장 더운 한여름 오후 3시인가. 생존 본능은 ‘왜 수묵화가 김호석인가’라는 궁금증을 ‘의문 둘’로 미루고 말았다. 성철·법정·노무현 초상화 그린 수묵화가 Q : 반구대 암각화를 꼭 이 시간에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A : “암각화가 북향이기 때문이죠. 10~2월에는 햇빛이 들지 않습니다. 3월 들어서야 느릿느릿 늦은 오후에 햇빛을 받기 시작해요. 6월과 7월에 빛이 가장 길게 머무릅니다.” 김 화백이 소장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 [사진 김호석] 뙤약볕을 받아 올라온 습기로 공기에 물이 찬 날, 반구대 암각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림자가 덜어지고 빛이 더해졌다. “암각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이들은 ‘때’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었을 터. Q : 암각화는 보통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지 않습니까. A : “여태껏 100만여 점의 암각화를 봤는데 적어도 제가 본 암각화 중 손바닥만 한 것들 빼고는 모두 동남향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곳을 찾아온 날 중 가장 좋은 빛의 조건입니다. 보세요.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죠. 그윽하고 가물가물한 유현미에서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역설적인 그림자 미학. 그게 바로 반구대입니다.” 1971년 12월 발견 당시의 반구대 암각화. [사진 김호석] 그의 책 속 ‘먹빛 조건의 ━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암각화 전문가’ 김호석 화백 김호석 화백이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문장이 있다. ‘먹빛 조건의 지배를 받는다.’ 17년 전 출간된 『한국의 바위그림』 한 모퉁이에 새겨져 있다. ‘선은 지적인 범주에 속한다’는 표현도 박혀 있다. 손쉽게 쓴 단어의 나열은 아닐 터. 이 점과 점 같은 문장들은 선으로 모여 행진하듯 하나로 향한다. 반구대 암각화다. 6~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등재를 권고했다. 반구천은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아우르는 내(川)다. 문화재 관계자는 “회의는 형식일 뿐,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등재가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그보다 한발 앞서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지난 1일 오후 3시. 장마 속 하필 땡볕. 그것도 37도. 김호석(68) 화백은 미소를 짓고 맞이해줬다. 의문 하나. 왜 가장 더운 한여름 오후 3시인가. 생존 본능은 ‘왜 수묵화가 김호석인가’라는 궁금증을 ‘의문 둘’로 미루고 말았다. 성철·법정·노무현 초상화 그린 수묵화가 Q : 반구대 암각화를 꼭 이 시간에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A : “암각화가 북향이기 때문이죠. 10~2월에는 햇빛이 들지 않습니다. 3월 들어서야 느릿느릿 늦은 오후에 햇빛을 받기 시작해요. 6월과 7월에 빛이 가장 길게 머무릅니다.” 김 화백이 소장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 [사진 김호석] 뙤약볕을 받아 올라온 습기로 공기에 물이 찬 날, 반구대 암각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림자가 덜어지고 빛이 더해졌다. “암각화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이들은 ‘때’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었을 터. Q : 암각화는 보통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지 않습니까. A : “여태껏 100만여 점의 암각화를 봤는데 적어도 제가 본 암각화 중 손바닥만 한 것들 빼고는 모두 동남향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곳을 찾아온 날 중 가장 좋은 빛의 조건입니다. 보세요.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죠. 그윽하고 가물가물한 유현미에서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역설적인 그림자 미학. 그게 바로 반구대입니다.” 1971년 12월 발견 당시의 반구대 암각화. [사진 김호석] 그의 책 속 ‘먹빛 조건의 지배를 받는다’의 뜻풀이다. 먹빛은 김 화